참여정부 5년 내내 중앙정치에 발을 디디지 못했던 안희정 위원장은 본인의 직업을 정당인이라고 말한다. 정당인 안희정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충남 논산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공심위에 의해 공천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물러서야 했다. 그런 그가 중앙정치 무대로 돌아왔다. 7월 6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도부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23일 마포의 사무실에서 안희정 위원장을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안희정을 생각하면 투사적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안희정을 만나 본 사람은 그가 사색하는 사람임을 느낀다고 한다. 늘 생각하고 생각을 자신의 걸음으로 옮기려고 노력하는 사람, 안희정 위원장의 이미지는 이렇게 다가왔다.
총선의 소회
안희정 위원장은 총선 공천심사에서 배제된 지난 총선에 대해 이렇게 입을 열었다. “공천심사에서의 탈락은 정당 민주주의로서는 당연한 과정이다. 탈락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고 승복해야 한다. 하지만 심사대상에서 조차 탈락하는 것은 힘들고 괴로운 문제였다. 정당정치의 미래를 위해 승복했다. 어떤 경우라도 목적이 모든 수단을 합리화하는 시대는 지났다. 생존의 시대, 혁명의 시대에는 목적이 수단을 합리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정당정치의 시대에는 자신의 목적이 고상하다고 해서 수단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승복했다.”
그는 이번 외부공심위의 구성자체가 정당민주주의 발전에 저해요소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공천심사를 외부에 위임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사회저명인사의 이미지를 빌려 정당정치의 공신력을 얻으려는 노력이었다.”며, “3김이라는 오너정치가 끝나고 이를 대신할 합의가 5년 전에는 당원이었는데, 대선을 앞두고 선거의 유불리를 따라 당이 이합집산을 하며 당원이 없어진 것이 외부 인사의 권위를 빌려 결정하는 정당정치의 퇴보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정당정치의 의미
안희정 위원장은 정당정치를 자신이 가야 할 길로 생각하고 있다. 이번 민주당 지도부 구성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하려는 이유도 정당정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땅의 민주주의자이자이자, 민주화 진영의 일원이다. 그 일원으로써 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이 큰 위기와 장애 앞에 서 있다. 정치세력은 정당으로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정당정치의 틀을 완성하자는 것이 나의 소명의식이다.”
안희정 위원장이 만들고 싶어 하는 정당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는 “정책과 소신으로 하는 정치, 원칙과 상식의 민주적 정당 운영이 틀이 되는 정당정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반영하는 정당의 질서가 만들어지고, 그 정당이 사회적 갈등을 대의정치의 틀 내에서 해소하며 국가라는 공동의 이익을 통해 한 걸음씩 역사 속에 걸어가게 하는 일이 정치”라고 정의했다.
현재 민주당은 상당히 다양한 성향의 의원들이 몰려있다. 이러한 구조는 당 내에서의 토론과 합의조차 어렵게 하는 방해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걸어온 어려움에 대해 안희정 위원장은 시련을 통한 교훈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세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와 시련이다. 위기와 시련이 많은 사람들에게 정체성을 묻고 확장시켜 새로운 필요를 창출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당연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본다. 역사적인 의미에서의 호된 성장통을 치룬 것이다. 성장통 속에서 새로운 진보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희망을 우리세대에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희정이 말하는 새로운 진보적 가치
18대 총선에서 진보개혁세력의 몰락했고, 우리당은 보수화 되었다. 이런 정치적 환경이 새로운 세대가 역할을 하기에는 척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에 대해서도 새로운 진보정치의 틀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희정 위원장이 주목하는 곳은 서민이었다. 그는 이 시대의 진보개혁세력의 정체성은 “더 이상 반독재투쟁이 아니”라며, “21세기의 세계질서 속에서의 한반도와 그 속에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 쉽게 말해 힘없고 빽없는 사람에게 주목해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여기에 진보적 가치가 있다. 이것이 지난 10년의 두 분 대통령의 방향이고 틀이다. 이것을 이명박 정부가 뒤집어 놓고 있다. 의료․교육․주택․지역균형발전․대미 및 한반도의 국제외교전략까지,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서 있어야 할 싸움의 영역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후퇴하는 정책들을 보면서, 지난 10년 간 민주정부가 추구하던 정책적 기조들 속에서 차분하게 21세기 진보세력의 새로운 강령, 규칙, 정당운영의 약속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것이 화끈하고 멋있고 쌈박하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나가야 하고, 그 도전을 그는 시작한다고 말했다.
진보세력의 가치 실현을 위한 정당
정당정치는 정당의 명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어야 성립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깃발이 명확하지가 않다. 어떤 정체성도 발견하기 어렵다. 이런 민주당이 과연 진보적 가치를 파괴하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서민가치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바뀔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시장론을 들었다. 안희정 위원장은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어렵다.”며, “정당은 시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은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약속의 땅이고 만남의 장소이다. 지지와 정책의 교환소, 다시 말해 시장이다. 그렇기에 정당은 누구의 정당도 아니다. 정책과 비전을 걸고 지지를 교환하는 거래소에서 일등 상품이 되면 나의 거래소가 되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이라는 틀에 자신을 가두는 데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냈다. 틀에 갇히기보다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당이라는 질서는 테두리는 교환소일 뿐이다. 지금의 민주당,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너무 정태적이다. 지나가면 과거의 민주당이 된다. 굳이 말하자면 지금의 민주당은 안희정이 도전하는 민주당이다. 안희정 하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원칙과 상식을 지켜 낼 정치인들이 재선, 삼선이 되었다. 함께 하면 된다. 일단 새로운 정당과 새로운 진보세력의 가치와 싸우고 지켜야될 정책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뭉쳐내고 힘을 모아서 민주당을 새롭게 바꾸어 내야 한다.”
안희정의 도전
안희정 위원장은 자신의 싸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드러냈다. “독재 대 반독재 투쟁의 시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로 민주당이 전진하는 것, 그것이 나의 큰 도전의 포부이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대의 출발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다.”
그는 오늘 진보세력에 실망한 사람들이나 민주당의 틀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시대의 역량과 문제의식을 가진 현실에서 새로운 세력이 만들어진다.”며, “오늘날 진보개혁세력에게 좌절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자신이 싸울 자리이며, 그 자리에서의 문제의식을 새로운 가치로 만들어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역사는 늘 바통을 이어 받으며 현실의 문제의식 속에서 새로운 새싹들이 만들어 졌다.”며, “초토화 되었다고 말하는 민주정부 10년의 잿더미 위에서 이 시대의 진보개혁세력으로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서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비판하지는 않는다. 그는 “안희정이 여기에서 악으로 깡으로 노력할테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그곳에서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중 하나라도 씨앗이 살아 꽃을 피운다면 그 나무 밑에 우리가 몰리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직업정치인으로서의 안희정
안희정은 정당인이다. 그는 자랑스런 직업으로서의 정당인을 꿈꾸고 있다. “나는 정당인이다. 정당인의 직업은 정치이고, 내 직장이 욕먹는 것이 싫다.” 그는 민주주의 하에서의 보통 사람들이 가지는 직업의 긍지를 갖고 싶어 했다.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거기에 맞게 성실한 노동을 하고 싶은 것이다.
“정치인은 국가운영의 정책을 만들어서 파는 행위를 한다. 서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만들고 쉽게 알려야 한다. 정책이 국민들의 귀에 들어오게 해서 유권자에게 메뉴 선택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지금까지 정치인은 연고정치에 매달렸고, 국민들의 필요를 채워주기 보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정치를 해 왔다. 담론은 고상하지만 그들에게는 도덕성도 진정성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안희정 위원장은 정책대안과 부지런함을 내 놓았다. “저놈은 다르다는 말이 나오도록 정책대안을 가져야 한다. 대안을 가지고 밭 매듯이 현장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기존 정치인보다 더 부지런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실패가 정치인이 된다.”
그리고는 “이제는 한 명의 스타정치인이 나와 와~ 하고 휩쓰는 정치가 아니라 각각의 성실한 노동을 하며 존경 받는 정치인이 세력을 형성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고 덧 붙였다.
마지막으로 최고위원 출마 후 반응이 어떤가에 대한 물음에, “희망과 대안을 만드는 사람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이 걸어오고 살아 온 삶의 길에 대한 축적이 있으니 잘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나에게나 진보개혁진영 전체에게 보탬이 되고 긍정적인 의미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해 보겠다.”고 마지막 소회를 밝혔다.
한 시간여의 인터뷰는 질문지 없이 자유롭게 진행되었다. 인터뷰 동안 안희정 위원장에게서 들은 가장 많은 단어는 ‘새로운’, ‘진보개혁세력’, ‘가치’, ‘서민’, ‘정당정치’, ‘역사’였다. 그가 민주당내에서 이루려는 것은 진보개혁세력의 새로운 가치 실현이다. 이는 역사적 연속성 속에서의 새로운 정당정치를 담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안희정은 다시 중앙정치 무대로 돌아와 최고위원 선거에 도전한다.
7월 6일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민주당을 추구하는 젊은 정치인의 도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