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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슈바벤 사투리가 섞인 금속성 목소리는 단어 하나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무게를 지닌 것처럼 이상하게 강조했다.” 헤겔의 열정적인 제자 중 한사람이 헤겔에 대해 쓴 글이다. 헤겔을 잘 모르는 내가 헤겔을 가가이 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진지함이다. 그는 삶의 곳곳에서 진지함이라는 가치를 놓지 않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완고한 대의민주주의 틀을 깨고 새로운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강화해야 할 때가 되었다. 많은 국민들이 후퇴한 줄 알았던 민주주의가 전진하고 있다고 열광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든 촛불은 국민의 뜻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고 블로그나 메신저에도 촛불이 넘실거린다. 컴퓨터 바탕화면의 촛불들도 한 사람에게만 보이지만 언제나 개인을 깨울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새로운 질서의 뒤편엔 여전히 근대를 벗어나지 못한 60년대식의 열등한 정치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정부는 잘 진행되지도 않는 추가협상이라는 미기를 던져놓은채 방송장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방송의 중립성을 위해 싸워야 할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앞 뒤 가리지 않고 정부의 방송장악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부의 방송장악 시나리오는 이미 반 정도 성공하고 있다. 최시중(방통위원장), 아리랑TV(정국록), 스카이라이프(이몽룡), 한국방송광고공사(양휘부) 등 주요 방송사와 관련기관이 모두 이명박 캠프 언론 또는 방송 특보들로 채워졌다.
이어 YTN사장에 언론특보 출신 구본홍씨를 내정하고 7월 14일 이사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YTN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지상파 TV로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YTN이 무너지면 현재 감사원 감사, 검찰 소환, 세무조사 등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KBS가 위험하고 MBC마저도 민영화의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언론노조의 방송장악 규탄 및 방통위원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
이명박 정부에서 계획하고 있다고 보이는 방송장악 시나리오는 이미 정설로 굳어져 있다. KBS는 사장 교체를 통해 직접 장악하고, MBC는 동아에게, EBS는 조선에게 넘긴다는 시나리오이다. 이를 시작하기 위한 시범 케이스가 YTN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YTN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지금까지 진보 진영의 입장에 서지 않았다는 그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방송장악을 구체화하는 현실 자체로만본다면 그것은 지엽적인 문제이다. 하나의 둑이 터지느냐 막느냐의 구체적 사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KBS노조에서는 촛불의KBS지키기에 대한 논란이 많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촛불을 든 시민들이 KBS를 지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방송장악에 나서는 정부에 대한 경고의 의미이다. YTN도 같은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
(kbs를 지키기 위한 kbs앞 촛불집회, 사진 경향신문)
YTN노조가 SOS를 치고 있다. 이제 YTN을 지키는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정부의 방송장악이라는 전근대적 행태를 막고 나서 그 이후의 보도행태를 꼬집어도 늦지 않다. YTN의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돌발영상일 것이다. 구본홍이 사장이 되는 순간, 돌발영상은 사라지거나 정부홍보의 상징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다른 방송사에 대한 이어지는 방송장악 시도 또한 급물살을 탈 것이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가 하고 있는 이런 움직임의 근본 기조에는 진진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진지함은 사유와 성찰로부터 시작된다. 깊은 사유가 없고 성찰하지 못하는 이명박 정부에게서 나올 수 있는 손쉬운 대안이 방송장악이라는 것은 별로 놀라운 것도 아니다.
단어 하나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무게를 지닌 것처럼 이상하게 강조했다는 헤겔처럼, 현재 벌어지는 일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무게를 지니는지 성찰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명박 정부에게 너무 무모한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삼천포로 빠졌다. YTN이 일빠이다. YTN을 먼저 지켜야 한다. 그래야 KBS도 지키고 MBC도 지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