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가 끝나고 좀 허탈하다. 공정택 당선자의 입을 통해 나오는 정책들을 보면 이제 아이들에게 행복한 시간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 마디가 경쟁이고, 그 다음 마디가 영어몰입이고, 그 다음이 자사고 특목고 확대, 그리고 이어지는 일제고사 등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경쟁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다면, 이건 확실히 병적이다. 아이들의 경쟁이 부족하니 더 시켜야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사람이 부모 맞나, 하고 한 번쯤 돌아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경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떤 경쟁을 치러서라도 내 아이는 좋은 환경에 두고 싶은 부모 이기주의에서 출발한 것일 게다. 교육감 선거 결과를 놓고도 부모들이 다시 사교육비 운운한다면 정말 무책임한 사회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공정택 직선 교육감 시대를 1년 10개월 살아야 한다. 이 시대를 살아야 하는 아빠로서의 내 생각은 이렇다.
1. 경쟁, 그것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
공정택 교육감이 아무리 경쟁을 최우선 과제로 떠들어도 경쟁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보여 줄 생각이다. 내 아이, OO는 이제 중1이다. 정말 천진하고 예쁜 아이다. 학교에서건 교회에서건 늘 굳은 일을 즐겨한다. 선생님들도 가장 편하게 불러서 함께 무언가를 시켜가며 할 수 있는 아이이다. 친구에 대한 배려에도 늘 신경을 쓴다.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몸에 배어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번 교회 수련회에 가면서 형편이 어려워 가지 못할 아이를 위해, 그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교회 선생님과 상의해가며 용돈을 털어 넣는걸 보고 있자면 참 예쁘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아이,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학교에 다녀오면 피아노 학원을 가는 것이 유일한 사교육이다. 학교에서 방과후 학교로 하는 것은 함께 상의해서 하기도 한다. 초등시절엔 뮤지컬이나 컴퓨터를 하기도 했고, 중학교에선 영어 듣기를 1개월 하다가 친구가 그만둔다는 이유로 함께 그만두었다.
성적, 그럭저럭 따라간다. 친구 중에 학원에 안 다니는 친구가 거의 없지만 그 아이들에 비해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 모자라는 과목은 내가 직접 가르쳐주기도 한다. 만약 성적이 덜어진다면 학원에 보내야 할까, 아니 지금 즐겁고 좋은 그리고 나름대로 스스로 하는 모습이 훨씬 좋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생활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이에게 있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절대로 살만한 곳이 못 된다는 것이다.
2. 책을 읽어라
요즘 아이들 책을 읽고 사는지 모르겠다. 학교마다 권장 도서를 알려 주고 읽게 하고 수행평가를 통해 책읽기를 독려하지만, 요점정리까지 학원에 맡기는 세태이다. 학원에서 문제풀이 하는 것보다 차라리 책 읽기를 권장하는 것이 좋다.
우리 아이는 독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11년을 살다 한국으로 와서 5학년에 입학했다. 한글, 많이 모자라는 것이 당연하지 않았을까, 한자어는 중1이 된 지금도 깜깜하다. 이런 아이가 오자마자 독후감 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학교에서 그리고 구에서 하는 대회까지 대표로 나가서 말이다. 그렇다고 독일에서 다로 국어 과외 같은 것은 받아 본 적이 없다. 1주일에 한 번 가는 한글학교에 다녔을 뿐이다. 이게 바로 상상력의 산물이다. 상상력이 있는 아이들은 어떤 것이든 자기의 것으로 소화해 낼 줄 안다. 상상력은 학원에서 가르치지도 만들어낼 수도 없다. 지금 아이들은 책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아이에게 책 읽기를 권장한다.
3.학원이 아니라도 친구는 많다.
많은 아이들이 친구가 없어서 학원에 가기도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집에 오면 혼자 심심하니까 학원에 가는 아이가 있다면 사회봉사를 권한다.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와 삶에 대한 감사와 최선을 다하는 방법까지 두루두루 배우기에 가장 좋다. 아이들에게 맞는 봉사의 자리를 찾으면 그 곳엔 늘 또래 친구들이 있다.
그럼 학교 친구는? 학원도 매일 가는 것은 아니더라. 중간 중간 짬내고 안 가는 날만 잘 이용해서 놀아도 충분하다. 학원에 가도 어차피 만나는 아이들 외에는 못 만나니 어쩌면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우리 아이가 그렇게 한다. 매일 다른 아이와 놀기^^.
4. 신문 가지고 놀기
우리 아이가 하는 방법이다. 신문이라고 다 신문을 아니다. 찌라시를 제외한 신문 하나를 구독한다. 우리는 경향신문이다. 신문을 뒤적이다 재미있는 기사 하나를 찾는다. 그리고 가위로 잘 오려서 공책에 붙인다. 그 다음에는 뻔하다. 기사를 보고 쓰고 싶은 것을 써 보는 거다. 하루는 요약도 해보고 다른 날은 비슷한 투로 다른 기사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하기 싫은 날도 있다. 이런 날은 재미있게 문제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5. 집은 여관이 아니다.
어떤 학원에서 이런 카피로 광고를 하더라. “이제 집에서는 잠만 재우세요.” 한 마디로 미쳤다. 그런 광고를 내는 것들이나 그런 광고에 빠지는 사람들이나. 아이들에게 집을 여관으로 생각하게 하지 말라. 그 아이들은 부모를 여관주인으로 생각하게 될 거다. 아이에게 부모가 친구이고 스승이게 해야 한다. 부모가 스승이 되지 못하는 한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옳게 크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