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보의 공유와 신속성이다. 이제는 어떤 정보이든지 독점하거나 숨기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아무리 정보를 숨기려하더라도 보안자료가 아니라면 드러나게 되어있다. 이는 쇠고기 협상과정이 증명해 주었다.

이런 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인터넷에 대한 인식은 아직 인터넷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넷 경제의 미래'에 관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장관회의 개회식에 참석, 환영사를 통해 "익명성을 악용한 스팸메일, 거짓과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은 합리적 이성과 신뢰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인터넷 경제의 지속적 발전에 필수적인 `거래의 신뢰'가 위협받고 있고 이는 인터넷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라면서 "인터넷은 신뢰의 공간이어야 한다.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 말을 두고 두 가지 인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1. 거래의 신뢰는 익명성과 관계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거래의 신뢰가 인터넷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 상에서의 거래란 상업적 측면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첫 번째가 정보의 보안문제이고, 두 번째가 거래 당사자의 신뢰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라 하더라도 이미 거래 상대자끼리의 정보는 공개가 되었거나 유사시 수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익명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이런 부분은 기술과 시스템으로 보완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정부가 이 부분을 사회적 문제로 촛불집회나 쇠고기 괴담으로 호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개인정보의 보안이나 거래상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정부가 인터넷 개발 투자를 늘리고 보완해 가면 되는 것이다.

2.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구성된 공간이 아니다.

인터넷 상에서의 신뢰는 활동과 검증을 통해 결정되도록 되어 있다. 그렇기에 인터넷 상의 온갖 정보를 덥석 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가지 정보를 위해서 여러 내용을 비교하고 그 중 신뢰할 만한 것을 찾아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재 진행되는 쇠고기 사태와 관련해서 괴담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게다. 하지만 정부가 괴담이라고 하는 것마저도 결국에는 인터넷을 통해 재반박되며 괴담이 아닌 가능성을 입증해 나갔다고 보는 것이 옳다. 물론 일부 황당한 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것은 대부분 검증 과정을 거쳐 사라져 버렸다.
이런 인터넷의 기능을 볼 때 현 정국의 정부 대응과 관련해서 인터넷의 신뢰문제를 거듭 주장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인터넷에 대해 모르거나 아예 인식이 인터넷 밖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은 자유분방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집단 다구리 문화 등, 고쳐져야 할 것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성장하는 것은 인터넷의 생명력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모든 것이 나에게 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 인터넷을 이기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쇠고기 사태를 되새기면서 인터넷에 재갈을 물릴 방법보다는 어떻게 인터넷 여론을 반영해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 될 것이다.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인터넷에 대한 인식을 보니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 잠시라도 넷질을 하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우리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