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교과부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학생들이 야당의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것은 큰 현안이 아닐수 없다"며 "잘못 알려진 사실에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기사를 보여주었습니다. 함께 이야기 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거든요. 아이는 대뜸 “야당이 뭐에요?”, 이렇게 물었습니다. 순간 이런 갈 길이 멀겠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일에서 태어나고 11년을 자란 아이가 이제 한국에서 겨우 2년을 보냈습니다. 잘 적응해 주는 게 너무 고맙고 국어 교과까지도 썩 잘 따라가서 기특해 하는 아이지만, 가끔 이렇게 전혀 예상치 못한 엉뚱한 질문을 합니다. 또래 아이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단어를 모를 때면, 여전히 이제 겨우 2년 한국에 머문 아이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아주 짧게 정당정치와 여당, 야당에 대해 설명해 주었더니, “그럼, 아니잖아요?” 하고 되묻습니다. 아이가 생각하기에도 장관의 말이 틀린 것임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가 그 배후에 뭐가 있는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따질 수도 있겠네요. 촛불집회에 대한 정보는 아빠인 제가 주었고, 전 그 정도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첫 아이가 5월 6일 여의도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맨 앞에서 촛불 두 개(하나는 제 것인데, 전 취재를 하느라 들고 있지를 못했습니다.)를 들고 앉아 있었습니다. 덕분에 사진도 많이 찍히고 인터뷰도 몇몇 기자분과 했었나 봅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인터뷰 내내 받은 질문이
1. 어떻게 해서 이곳에 나오게 되었느냐는 것입니다.
2. 그 다음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거였구요.
3. 이어진 질문이 탄핵서명을 했느냐는 것.
4. 그리곤 학생들이 공부보다 이곳에 오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느냐는 것도.
아이가 했다는 대답이 이렇습니다.
1. 미국 쇠고기개방이 되어서 광우병 위험이 있어서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나왔어요.
2. 이명박 대통령님은 국민들이 원하시는 걸 했으면 좋겠어요. 강을 가보니 참 아름답고 지키고 싶었어요. 대운하도 안했으면 좋겠고, 아빠와 극장에서 봤는데 미국처럼 의료보험을 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병원도 못 가고 혼자 찢어진 것을 꿰매야 하더라구요. 그것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병도 수도 없이 많았구요.
그리고,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반을 나눠서 공부하는 게 너무 싫어요. 친한 친구가 중반이나 하반으로 가면서 속상해하는 게 너무 마음에 걸려요.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그러시는 데, 사람이 자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서 살 수 있어야 한 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봉사도 하고, 돕기도 하고 그렇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3. 네, 어디에서 하는지 몰라서 아빠에게 찾아달라고 해서 했어요.
4. 네, 오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오니까 싸우는 것도 아니고 TV에서 볼 때처럼 위험한 것도 아니고 아이들도 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도 자기 생각이 있잖아요. 그리고 공부하는 시간에 오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 다녀와서 오는 건데요.
청문회를 봤더니 이용호 의원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대충 내용만 적으면, “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사이언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트’를 하고 있군요. 전분가조차 ‘아트’를 하고 있으니 이게 문제입니다. ‘사이언스’를 합시다.”
이제보니 교육부 장관이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하는 나라입니다. 여당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서 아무런 근거 없이 순수한 시민들의 집회를 ‘야당’의 선동으로 둔갑시켜 버렸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야당의 집회에 뭣 모르고 참석한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교육부 장관의 말대로라면, 제 아이도 아빠가 뭣 모르는 사람이거나 아빠에게 속았거나 둘 중 하나가 되어 버립니다.
정확히 밝혀 둡니다. 제 아이의 생각은 자신이 직접 인터뷰를 하며 대답한 그 말 속에 다 들어 있습니다. 전 아이와 함께 촛불집회 뿐만 아니라, 여강(여주 부근의 남한강)을 걸어보기도 하고, 영화 식코를 보러 가기도 합니다. 태안 봉사를 함께 다녀오기도 했고, 아빠가 일하는 곳을 데려 가기도 합니다. 함께 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배려하며 함께 사는 것이, 자연과 어울리며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가르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전 교육부 장관의 교육보다 제 교육이 옳다고 확신합니다. 최소한 전 아이의 삶을 놓고 '정치'를 하지는 않습니다.
교육부 장관의 저 ‘정치적’인 발언이 아이들 교육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끔찍하군요.
